인천 부평역 여자화장실 무차별 폭행사건에서 드러난 안전 취약성
인천 부평역 여자화장실에서 무차별폭행사건이 벌어지면서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지난 14일 오후 7시 58분께 부평역 인근 건물 1층에 있는 여자화장실에서 이 건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20.여)씨가 한 남성으로부터 둔기로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 30∼40대로 추정되는 범인은 편의점 앞에서 20분간 서성이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A씨를 쫓아가 범행을 저지른 뒤 달아났다. 검은색 패딩차림에 마스크와 안경을 쓴 범인은 범행 장소 인근에 설치된 CCTV 영상 30여 개에 잡히면서 택시에 타는 장면 등이 확인됐다. 경찰은 CCTV의 화질이 좋지 않아 번호판 식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년 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과 유사성을 지닌다. 2016년 5월 17일 오전 0시33분 경,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의 종업원인 남성(34세)은 서울 서초동에 있는 노래방 화장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들어온 여성 C(23세)를 살해했다.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현장을 중심으로 시민들은 피해자를 추모하는 뜻의 포스트잇을 붙이고 국화꽃을 놓으면서 여성 혐오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만들었다. 당시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이번 부평 여성화장실 폭행사건인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 만인 18일 인천여성연대는 부평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차별한 여성 폭력을 예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들이 아직도 잠재적인 범죄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을 둘러싼 사회 구조와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복기할 만한 또 하나의 사건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수사 당시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결론을 냈다. 경찰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건에 ‘묻지마’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사건의 본말이 전도될 만한 여지를 줬고, 그로 인해 여성들의 집단적 분노감을 산 바 있다. 또 우리 사회는 정신분열자의 우발적 범행에 대해 진단하면서도 대다수 여성들의 피해 가능성을 길게 제고할만한 기회를 놓치고 한 가해자에게만 책임을 몰아 사회 구성원들의 면피를 정당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14년 기준 살인과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 피해율에 따르면, 10명 가운데 9명이 여성을 상대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95년 72.2%였던 여성 범죄 피해 비율이 2014년에 87.2%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최근 여성들의 사회적 불안감은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의 공론사안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혐오’와 ‘무시’ 등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와 인식에 기반을 둔 폭력범죄나 사회적 약자 대상의 피해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번 부평역 여자화장실 폭행사건은 여성차별과 여성혐오, 은연중에 당연시되는 여성비하문화에 경종이며 우리 사회의 여성 안전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폭행, 방화, 성추행, 살인 등 범죄에 대해 강력 대응하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 격리하는 등 법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화장실조차 편하게 이용하기 힘든 사회적 약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공중 화장실을 포함해 안전취약지구에 고화질의 CCTV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치안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